분류 전체보기108 # 8 갑자기 생긴 박격포사격에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다.훈련이 사이에 끼어있어 연습 가능한 시간은 이 틀.야간훈련까지 하며 다들 진심이었다. 영하의 온도, 끝난 후 모여서 먹는 라면에 국물까지 비워낸다. 사격 당일 새벽 4시 기상, 6시까지 준비를 끝낸다. 한 시간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긴장되는 마음에 이미지 트레이닝만 수백 번.해가 산아래 있어 빛이 닿지 않아 몸이 얼어간다. 난로에 녹이길 반복. 금방 우리 차례다. 포탄이 하늘 배경 삼아 날아간다. 눈앞은 뒤따라 폴폴 날아다니는 희고 작은 천으로 가득. 주변으로 스며든 정적 사이 심장 소리만 들렸다. 몇 초 뒤 등뒤로 들려오는 함성소리.명중이다. 1mm 따위 오차 없는 명중.무전으로 들려오는 오케이 사인, 축적된 긴장 풀려 코 끝이 아려온다.이제야 보인다. .. 2025. 2. 15. [노르웨이의 숲] 읽게 된 계기 책에 빠져드는 요즘 맛있는 작품에 손대고 있다. 동기 손에 들린 책 «노르웨이의 숲».집에도 같은 책이있다. 입대가 한 달 남은 시점 놀기 바빠 방치했다. 케케묵은 찝찝함 해소를 위해 책을 펼친다책장 한켠 쓸쓸히 꽂힌 책이 상상된다. 좋은 책이라면 다시 읽겠지. 1년이든 2년 뒤든. 책 구성 만남과 이별이 곧 책의 구성이다.1. 기즈키의 자살2. 나오코와의 사랑3. 레이코와의 만남4. 미도리와의 만남 순수한 우정을 잃고 순수한 사랑을 잃었으며 현실적 사랑을 바라본다. 줄거리 친한 친구 기즈키가 자살했다. 함께 친했던 나오코는 연락이 끊긴다. 우연히 나오코를 만난 와타나베. 이후 둘은 종종 조용히 산책하거나 밥을 먹었다.반복되던 중 나오코와 하룻밤을 보낸다.나오코의 스무 살 생일 이후 .. 2025. 1. 25. [침묵의 봄] 자연의 시도이자 그 산물인 인간. 과학이 진리가 되며 오만해진 인간은 자연에 재갈을 물려 침묵시킨다. 1960년대 살충제의 위험성을 무시한 체 살포하는 정부를 고발하는 책이다.과학의 발전으로 우리를 괴롭히는 생물들을 선택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후 자연을 통제하려는 시도들이 계속 되었다. 신에게 맞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음에 카타르시스가 온다.종국에 인간은 단편적 사고임을 깨닫고 자연 아래 조아리게 된다. 책에서 강조하는 주장은 "자연은 모두 순환하며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이다" 같다.레이철 카슨은 책의 구성을 하늘-바다-토양-식물-지하수-생물-인간과 같이하여 자연의 순환을 보여주었다. 사과 과수원을 망치는 해충이 득실거린다. 농무부는 급한불을 끄기 위해 경비행기로 DDT를 살포한다.갑자스런.. 2025. 1. 23. # 7 송곳바람이 옷사이로 뚫고 들어오는 계절이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난 겨울에 설렘과 두려움이라는 양가적 감정을 품는다.겨울은 위협을 가한다. 많은 것을 빼앗는 기분까지 든다. 나무는 잎을. 물은 자유를.따뜻하기 위해 껴입는 두꺼운 옷들에 무안 주듯 차갑게 식어가는 마음.모순이다. 춥다며 엉엉 우는 아이.사박사박 눈위를 걷는 아이.혀 내밀어 겨울을 맛보는 아이.새빨개진 손으로 눈 뭉치는 아이.쌔앵쌔앵 빙판길 미끄러지는 아이.눈 보며 좋아했던 엊그제가 낯설다. 2024. 12. 22. # 6 D-290전 글을 쓴 지 어느덧 100일이 지났다. 친한 선임이 하나둘 전역하니 마음이 이상하다. 부정하기 바빴던 시간들이 지나 보니 긍정하기 위한 준비였다.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애매모호함이 여기 있다.여기에 물들기라도 하는 것처럼 미지근해진다. 이걸 적응해 간다 해야 하나?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곳에 연기란 없다. 진정한 나와 대화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 껍질을 벗기 전 모든 사람이 날 좋아하는 줄 알았다.그렇지 않다는 건 금방 알았다.절망과 공포에 눌려 소심했던 날들. 모든 사람이 날 좋아한다는 생각은 망상이다. 나만이 존재하는 마음속에 조차 내가 서있을 곳을 빼앗기게 된다. 불가능하기에 받아들인다. 나를 찾아야 하는데 뭐가 뭔지 모르겠다. 너무 미뤄왔다. 자신을 잃어가는 요즘. 바람에 팔랑이는.. 2024. 12. 14. #5 일주일의 기억은 온데간데없고 현재의 나만 남았다. 분명 많이 먹었는데, 재밌게 놀았는데,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지금의 나만 덩그러니 미래라는 물살 위 놓여 흘러가고 있다. 어느 것도 시간을 멈추진 못하기에 방관만 할 뿐,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다가올 두려움 생각 하지 말라는 누군가의 외침엔 무력했다. 어찌할 도리 없는 상황의 공허함은 어둡고 광활한 우주 홀로 떠도는 누군가의 마음이라 단언한다. 사면초가다. 되돌아갈 곳은 없다. 어리광 부려봤자다. 스스로 성장시키는데 더 집중해야 한다. 시간은 멈춰 서지 못하기에 흐른다. D-397 2024. 8. 29. 이전 1 2 3 4 ··· 1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