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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첫 휴가가 8월 말, 7개월 만이다.부대 안에 있을 때보다 밝은 햇살, 개성 있는 옷 입고 있는 사람들, 많은 편의점.여기가 바깥세상이다 다시 실감한다. 시간을 흘러 내일, 복귀날이다. 오지 않을거라 다짐한 날이 내일이다.늦장 부리다 보니 밤이고 자고 일어나니 다음날. 모르겠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나선 집 앞, 초등학교에서 학부모참관 수업을 하나보다.최대한 단정한 옷 입고 발표하는 딸,아들 모습 상상하며 걸어가는 사람이 짓는 웃음.웃음이 내게 닿았고, 나도 웃음져 세상에 번져간다. 하나 둘. 아빠, 엄마도 그랬을까 궁금해하며 그려지는 웃는 두 사람의 모습, 뭉클하고 따듯하다.바뀐 부서에 잘 적응하곤 있는지. 아직 날 추운데 옷은 잘 입고 다니는지. 언제 사랑한다 말했었나?  25년 3월 셋째 주의 기억.. 2025. 3. 20.
# 9 훈련소 때 적었던 일기를 읽어보다 너무 재밌어 여기에 올려본다.살면서 글을 써본 적이 많지 않아 문체가 들쭉날쭉하며 느끼하다.문체를 만들어가는 시도라 생각하며 봐주길 바란다.(일기의 내용 그대로 적었다. 수정하지 않았다.) 2024.04.02 화요일아침에 울리는 종소리가 커서 일어나면서 깜짝 놀랐다.1주 차는 훈련하지 않는다고 했다. 5주 차까지 너무 많이 남았다. 밥은 맛있다.어떻게든 버틴다. 어떤 일을 시켜도. 어떻게 혼나도 견딘다. 2024.04.03 수요일삼일차혼나고, 혼나고, 계속한다. 기준은 왼손으로, 앞으로 1보 뒤로 일보다리가 나갈 때 숫자를, 좌·우로 일보 발이 모일 때숫자를 외친다. 군가는 육군가, 육군훈련소가 핸드폰도 없고들려주는 획수가 적어 외우기 어렵다.목소리가 커지고 더 이상 아.. 2025. 2. 26.
# 8 갑자기 생긴 박격포사격에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다.훈련이 사이에 끼어있어 연습 가능한 시간은 이 틀.야간훈련까지 하며 다들 진심이었다. 영하의 온도, 끝난 후 모여서 먹는 라면에 국물까지 비워낸다. 사격 당일 새벽 4시 기상, 6시까지 준비를 끝낸다. 한 시간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긴장되는 마음에 이미지 트레이닝만 수백 번.해가 산아래 있어 빛이 닿지 않아 몸이 얼어간다. 난로에 녹이길 반복. 금방 우리 차례다. 포탄이 하늘 배경 삼아 날아간다. 눈앞은 뒤따라 폴폴 날아다니는 희고 작은 천으로 가득. 주변으로 스며든 정적 사이 심장 소리만 들렸다. 몇 초 뒤 등뒤로 들려오는 함성소리.명중이다. 1mm 따위 오차 없는 명중.무전으로 들려오는 오케이 사인, 축적된 긴장 풀려 코 끝이 아려온다.이제야 보인다. .. 2025. 2. 15.
[노르웨이의 숲] 읽게 된 계기 책에 빠져드는 요즘 맛있는 작품에 손대고 있다. 동기 손에 들린 책 «노르웨이의 숲».집에도 같은 책이있다. 입대가 한 달 남은 시점 놀기 바빠 방치했다. 케케묵은 찝찝함 해소를 위해 책을 펼친다책장 한켠 쓸쓸히 꽂힌 책이 상상된다. 좋은 책이라면 다시 읽겠지. 1년이든 2년 뒤든.    책 구성 만남과 이별이 곧 책의 구성이다.1. 기즈키의 자살2. 나오코와의 사랑3. 레이코와의 만남4. 미도리와의 만남 순수한 우정을 잃고 순수한 사랑을 잃었으며 현실적 사랑을 바라본다. 줄거리 친한 친구 기즈키가 자살했다. 함께 친했던 나오코는 연락이 끊긴다. 우연히 나오코를 만난 와타나베. 이후 둘은 종종 조용히 산책하거나 밥을 먹었다.반복되던 중 나오코와 하룻밤을 보낸다.나오코의 스무 살 생일 이후 .. 2025. 1. 25.
[침묵의 봄] 자연의 시도이자 그 산물인 인간. 과학이 진리가 되며 오만해진 인간은 자연에 재갈을 물려 침묵시킨다. 1960년대 살충제의 위험성을 무시한 체 살포하는 정부를 고발하는 책이다.과학의 발전으로 우리를 괴롭히는 생물들을 선택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후 자연을 통제하려는 시도들이 계속 되었다. 신에게 맞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음에 카타르시스가 온다.종국에 인간은 단편적 사고임을 깨닫고 자연 아래 조아리게 된다. 책에서 강조하는 주장은 "자연은 모두 순환하며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이다" 같다.레이철 카슨은 책의 구성을 하늘-바다-토양-식물-지하수-생물-인간과 같이하여 자연의 순환을 보여주었다. 사과 과수원을 망치는 해충이 득실거린다. 농무부는 급한불을 끄기 위해 경비행기로 DDT를 살포한다.갑자스런.. 2025. 1. 23.
# 7 송곳바람이 옷사이로 뚫고 들어오는 계절이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난 겨울에 설렘과 두려움이라는 양가적 감정을 품는다.겨울은 위협을 가한다. 많은 것을 빼앗는 기분까지 든다. 나무는 잎을. 물은 자유를.따뜻하기 위해 껴입는 두꺼운 옷들에 무안 주듯 차갑게 식어가는 마음.모순이다. 춥다며 엉엉 우는 아이.사박사박 눈위를 걷는 아이.혀 내밀어 겨울을 맛보는 아이.새빨개진 손으로 눈 뭉치는 아이.쌔앵쌔앵 빙판길 미끄러지는 아이.눈 보며 좋아했던 엊그제가 낯설다. 2024. 1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