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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갑자기 생긴 박격포사격에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다.훈련이 사이에 끼어있어 연습 가능한 시간은 이 틀.야간훈련까지 하며 다들 진심이었다. 영하의 온도, 끝난 후 모여서 먹는 라면에 국물까지 비워낸다. 사격 당일 새벽 4시 기상, 6시까지 준비를 끝낸다. 한 시간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긴장되는 마음에 이미지 트레이닝만 수백 번.해가 산아래 있어 빛이 닿지 않아 몸이 얼어간다. 난로에 녹이길 반복. 금방 우리 차례다. 포탄이 하늘 배경 삼아 날아간다. 눈앞은 뒤따라 폴폴 날아다니는 희고 작은 천으로 가득. 주변으로 스며든 정적 사이 심장 소리만 들렸다. 몇 초 뒤 등뒤로 들려오는 함성소리.명중이다. 1mm 따위 오차 없는 명중.무전으로 들려오는 오케이 사인, 축적된 긴장 풀려 코 끝이 아려온다.이제야 보인다. .. 2025. 2. 15.
# 7 송곳바람이 옷사이로 뚫고 들어오는 계절이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난 겨울에 설렘과 두려움이라는 양가적 감정을 품는다.겨울은 위협을 가한다. 많은 것을 빼앗는 기분까지 든다. 나무는 잎을. 물은 자유를.따뜻하기 위해 껴입는 두꺼운 옷들에 무안 주듯 차갑게 식어가는 마음.모순이다. 춥다며 엉엉 우는 아이.사박사박 눈위를 걷는 아이.혀 내밀어 겨울을 맛보는 아이.새빨개진 손으로 눈 뭉치는 아이.쌔앵쌔앵 빙판길 미끄러지는 아이.눈 보며 좋아했던 엊그제가 낯설다. 2024. 12. 22.
# 6 D-290전 글을 쓴 지 어느덧 100일이 지났다. 친한 선임이 하나둘 전역하니 마음이 이상하다. 부정하기 바빴던 시간들이 지나 보니 긍정하기 위한 준비였다.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애매모호함이 여기 있다.여기에 물들기라도 하는 것처럼 미지근해진다. 이걸 적응해 간다 해야 하나?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곳에 연기란 없다. 진정한 나와 대화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 껍질을 벗기 전 모든 사람이 날 좋아하는 줄 알았다.그렇지 않다는 건 금방 알았다.절망과 공포에 눌려 소심했던 날들. 모든 사람이 날 좋아한다는 생각은 망상이다. 나만이 존재하는 마음속에 조차 내가 서있을 곳을 빼앗기게 된다. 불가능하기에 받아들인다. 나를 찾아야 하는데 뭐가 뭔지 모르겠다. 너무 미뤄왔다. 자신을 잃어가는 요즘. 바람에 팔랑이는.. 2024. 12. 14.
#5 일주일의 기억은 온데간데없고 현재의 나만 남았다. 분명 많이 먹었는데, 재밌게 놀았는데,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지금의 나만 덩그러니 미래라는 물살 위 놓여 흘러가고 있다. 어느 것도 시간을 멈추진 못하기에 방관만 할 뿐,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다가올 두려움 생각 하지 말라는 누군가의 외침엔 무력했다. 어찌할 도리 없는 상황의 공허함은 어둡고 광활한 우주 홀로 떠도는 누군가의 마음이라 단언한다. 사면초가다. 되돌아갈 곳은 없다. 어리광 부려봤자다. 스스로 성장시키는데 더 집중해야 한다. 시간은 멈춰 서지 못하기에 흐른다. D-397 2024. 8. 29.
#4 사형수가 교수대 위에 올라 짓는 마지막 표정, 보는 이들의 뇌리에 평생토록 기억에 남는다. 4달 전, 4월 1일의 나는 사형수였다. 나의 끝(시작)을 축하라도 해주듯 달가운 봄은 기분 좋은 바람을 선사했다. 마치 엊그제 같던 일들, 살가운 바람은 어디 가고 죽일 듯이 바라보는 해에게 조아리는 계절이 왔다.  이곳의 나와 바깥의 난 사뭇 다른 이중적 인간이 된 것 같다. 나에 대한 고민을 시도 때도 없이 했다. 첫 번째 고민, 신념이다. 신념을 견고히 해야 다른 이의 비난에 흔들리지 않는 것인가? 위 질문으로 행동에 대한 신념이 생겼다. 행동(실천)에 이르기 전 전제로, “남에게 고의적인 나쁜 행동 하지 않는 것” 이로 인해 곁가지로 나온 생각이 “복수하지 않는 것”이다. 어설픈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 두.. 2024. 7. 27.
#3 어쩌다 보니 스물 하나, 큰 탈 없었던 인생. 큰 도전은 없었고, 피할 수 있는 위험은 최대한 피해갔다. 정확히 일주일 뒤 마주하게 되는 상황이 단언컨대, 피할 수 없는 인생 가장 큰 도전 일 것 이다. 매우 떨린다. 설렘과 두려움이 동반한 떨림. 이 큰 도전을 시작으로 여러가지 도전을 해보자. 마음 한쪽에 잠깐 머물러 있었던 꿈들 중, 가장 이루고 싶던 꿈을 이뤄 보자. 없다면 꿈을 꾸자. 꿈을 가져본,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해 본 사람이 되어보자. 2024. 3. 26.